병원명단 공개를 지켜보며 by Dandelion

미국은 자경주의의 나라다. 국가보다는 스스로가 직접 자신을 구하는 게 그네들의 건국정신이다. 당연히 총기소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오바마케어에 대한 반대정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다. 영화에서조차 국가권력이나 시스템이 아닌, 슈퍼히어로가 사회를 구한다. 애초에 국가는 보호라는 명목 하에 개인의 삶을 구속할 수 없으며(필요하다 하더라도 최소한이어야 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개인 스스로가 진다는 게 요지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관에도 변화가 생겼지만, 기본적인 출발점은 그렇다는 얘기다.

이 사회에서 국가나 사회 시스템의 위기 상황시 역할이란, 시민 스스로가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으로 알려주는 데 있다. 에볼라가 유행했을 당시 연방 정부의 대처가 딱 이런 식이었다. 확진자의 실명을 비롯해 접촉했던 모든 장소는 물론이고 그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한 매장까지 공개했다. 해당 장소를 모두 폐쇄한다거나 하는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알아서 피하라는 것.

조금 다른 얘기지만, 미국 근대사에서 언론의 역할이 컸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수시로 고속도로 추격전, 은행털이범 검거현장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나라에서 국민불안감 조성 같은 소리가 씨알이 먹힐 리 없다. 그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란,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일 뿐이다. 그곳의 언론이 Muckraker라 불리는 이유다. 판단은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사회 구성원 각자가 내린다. 책임도 물론 스스로가 진다.

강력한 국가에 대한 열망과 영미식 리버럴리즘이 공존하는, 나아가 제멋대로 뒤섞이기까지 하는 이 사회에서, 병원명단 공개에 대한 썰이 오가는 걸 지켜보는 일은 사태의 심각성과는 별개로 흥미롭다.

덧글

  • 피그말리온 2015/06/13 22:42 # 답글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바가 좀 있습니다. 국가가 날 다 알아서 해주길 바라면서 그러면서도 날 건드리면 안되는 모순이라 할까요.
  • 채널 2nd™ 2015/06/13 23:28 # 답글

    그러면...

    우덜 대한민국은 미합중국 스타일로 가는게 옳겠습니까..? <-- 설마 -- 박정희처럼 -- 우덜식 민주 주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 sunlight 2015/06/14 09:14 # 삭제 답글

    미국의 자유 정신이야말로 각 개인 스스로 주인임을 웅변하고 있죠.

    어떤 노예들은 자기에게 누가 땅을 주고 스스로 주인노릇 해보라고 해도 농사 짓는 방법을
    생각하기 귀찮아서 그냥 노예로 산다는 우화가 있는데 ...

    방역 당국에서 격리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먼저 가족과 격리하라고 하니까
    어떤 식으로 격리해야 하냐고 묻고, 그건 그냥 알아서 하라고 하니까
    "아니, 방법을 알려주어야지, 무턱대고 격리만 하라고 하면 다냐?"고 항의했다네요,

    자기 할 일마저 정부에게로 떠넘기자는 나약한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 나참 2015/06/14 13:00 # 삭제

    격리 방법을 알려주는건 자기 할일이 아니라 방역당국의 당연한 역할입니다
    격리 방법이라는것도 자기결정권의 기초로세 제공될 정보니까요
  • 나참 2015/06/14 13:02 # 삭제

    미국의 자유정신을 무정부상태로 왜곡을 하시는데 그딴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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