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유감 by Dandelion

1. 프랑스 1차 지방선거가 예상보다 더욱 압도적으로 극우 국민전선의 승리로 끝났다. 다음 메인에 걸렸던 이 기사를 쓸 때만 해도 13곳 중 2-3 군데 정도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1차에서만 6곳에서 이겼다. 아마 설문조사에서는 극우 성향의 유권자들이 의견을 직접 드러내기 꺼려한 게 아닐까 싶다. 그나마 부끄러운 줄은 알았나보지. 아마 13일 있을 2차 투표에서는 기세가 꺾이긴 할테다.

장 마리 르펜이 처음 조스팽을 누르고 결선 투표에서 시라크와 붙으면서도 정신병자 취급을 당했던 게 엊그젠데, 이제 그 딸과 조카 손녀가 세련된 모습으로 금발 머리를 빗어넘기며 '프랑스 제 1당'을 외치고 있다. 물론 2017년 대선에서 얘네가 집권하는 참사가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또 모를 일 아닌가.

2. 바야흐로 '극우의 주류화'라 부를만한 시대다. 대륙을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서 극우가 창궐하고 있다. 굳이 먼 대륙이나 일베 들먹일 필요도 없다. 저 기사에 달린 댓글만 봐도 극우적 의견, 아니 혐오를 공론화 하는 건 더이상 부끄럴 게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좀 딴 얘기 같긴 하지만, 외국인 국회의원을 향해 진영 정서에 기반한, 집단 린치에 가까운 보도와 욕설이 난무한 최근 사건만 해도 그렇다. 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외국인 추방을 외치는 모습은 물론 이곳이 아니면 보기 힘든 진풍경이긴 하다. 그 둘을 분리해서 이야기하는 행태도 참말 희안하고. 스스로를 진보라고들 부르시니, 굳이 이름 짓자면 국수주의 진보라고 해야되나. 뭔가 북쪽사상 삘도 나는데.

자신이 어떤 진영에 속했는지,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는지가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개별 사안에 어떤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어떤 주장을 내세우는지가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할 근거일 텐데, 이곳에서는 '진보 진영' 정치인을 지지한다면서도 극우적 혐오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경우가 예전부터 흔했다. 일베 유저들이 하는 이야기가 충격적이라고? 이미 오래전부터 이곳에는 그 못잖은 주장을 하는 '진보' 개저씨들이 휭행했다. 소싯적 익숙했을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호는 둘째치고, 인류애는 어디다 팔아먹었나.

3. 불과 지난해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론을 들고 나오고, 몇달전 난민을 조건없이 수용하는 메르켈, 캐나다의 트뤼도가 주목받는 걸 보고 신좌파의 시대가 오나 했지만 착각이었나 보다. 역시나 세상을 바꾸는 건 그럴듯한 이론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문명의 충돌'이나 '난민 테러리스트' 같은, 대중이 몰입할 만한 프레임이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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